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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데서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흰 눈이 쌓여 있었지
첫눈이었지공원에 쌓인 흰 눈 위를 한 사람이 걷고 있었지
벌써 저 많은 발자국들
한 사람이 낸 수백개의 자국이 어지럽지만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고 있었지
내 인생의 발자국은
어디에 어느 만큼 제일로 쌓일 것이고
누구 앞에 멈춰 설 것인지중국에는 물로 글씨를 쓰는 사람들이 있지
큰 붓에 물을 적셔 공원 바닥에 글씨를 쓰고
햇볕에 마르면 다시 쓰고 다시 쓰고시간을 배려하기에는 그만한 것이 없지
어디에도 글씨 쓰는 사람들은 있지
일을 하다 철판 위에 못으로도 쓰고
창문에 서림 물기에다 쓰기도 하고
그 한 줄이 하루를 받치지눈도 내리면서 하루를 걸지
흔적을 남길 것인지
무엇이라고 가려주다 녹을 것인지눈이 쌓이면서 쓰는 글씨들
읽자마자 지워지는 글씨들눈이 왔는데 아무 소식 없었다고 하지 말기를
글씨를 써놓고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말하지 말기를
Summary
‘시간을 배려한다’라는 표현이 너무 인상 깊음. 재미있는 발상인듯.
어떠한 글씨들은 써지고 읽히자 마자 지워진댔는데, 그러면 가치가 없는 것인가?
그러한 맥락이면 중국에 물로 쓰는 사람의 노력은 헛된 것인가?
나는 그렇진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해석을 해버리면, 결국 인간도 스러지는 존재들인데, 그들의 끝이 죽음이라 예정되어 잇어도 그 사람들이 남기고 가는게 무의미하진 않으니까.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면 너무 슬픈 일이니까.그리고 시인 역시 이러한 행위를 시간을 배려한다는 말로 존중해준 걸로 아마도 비슷한 생각이지 않을까. 한다.
시 전반적으로 눈이 자주 등장하는데, 새 하얀 이미지, 덮는다는 현상이 뭔가를 지우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 새로운 게 그 위에 덧입혀질 수도 있고, 그러한 심상이라 글을 쓴다는 언급이랑 반대 역할을 해주는 것 같기도.
마지막 연에서 글씨를 써놓고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말하지 말기를 이라는 대목은 글을 ㅆ두었으니, 뭔가 남기고 싶은 거고, 그러니 원하는 게 없다는 말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말 같아. 유서? 그러한 것들도 그러지 않나.
진짜 바라는 게 없다면, 쓰질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