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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표정 없이 최대한 웃으려고 마음을 먹으며
나는 내 장례식장에 가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테이블보 위에 머리카락이 모여 쓰다듬듯 떼어 내려는데
반투명의 비닐 테이블보 밑에 겹쳐서 깔아놓은
다른 테이블보에 들어 있는 머리카락,
차려진 음식 접시들을 이동시키고
테이블보를 살짝 들어 걷어내자니
하필 머리카락이 상 정앙에 있다

음식이 담긴 접시들을 다 내린 다음
테이블보를 벗겨낼 수도 없고
접시로 그것을 가려놓자니
다음 자리를 생각하면 치워야 할 것 같고

돌에 돌이 박혀 있는 형국이다

내가 자리를 떠난 뒤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괜찮지 않은 그것

나는 나에게 문상 가서
남의 머리카락만 바라보고 앉아 있다

나는 살아있을 때
검은색 위에 붙은 검은 머리카락을 잘 보는 사람이었던가
나는 살아서
흰색 옷 위에 튀어나온 흰 실만 잘 보는 사람이었던가

중요한 거였다면 영혼이 알아서 물고 가는 법일텐데
나는 이 머리카락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나에게 문상 가서 나의 끝은 어떤 모습일지 보려 하였다
바람이 가벼이 불어올 무렵이었다

Summary

다들 한 번쯤은 이런 상상 해보지 않았을까 합니다. 나의 문상에는 누가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