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입문

목표: 서양 문학에서 가장 오래된 두 이야기를 “누가, 왜, 어떻게 되었나”만 잡아서 한 번에 이해하기.


한 줄로 먼저

일리아스는 “전쟁터에서 화가 난 영웅” 이야기이고, 오디세이아는 “전쟁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영웅” 이야기다.

구분일리아스오디세이아
한 줄 요약아킬레우스의 분노와 그 결과오디세우스의 10년 귀향
배경트로이 전쟁 10년째, 약 50일전쟁이 끝난 뒤 10년
주인공아킬레우스 (가장 강한 전사)오디세우스 (가장 꾀 많은 영웅)
주인공의 무기힘과 용기머리와 참을성
핵심 질문어떻게 영광스럽게 죽을까?어떻게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까?
분위기비극, 슬픔모험, 해피엔딩
분량24권, 약 1만 5천 줄24권, 약 1만 2천 줄

호메로스는 누구인가?

호메로스는 약 2,800년 전(기원전 8세기쯤) 고대 그리스의 시인이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지은 사람으로 전해진다.

두 작품은 서사시다. 서사시는 영웅 이야기를 아주 긴 시로 노래한 것이다. 원래 읽는 책이 아니라, 시인이 악기를 연주하며 사람들 앞에서 외워 부르던 노래였다. 그래서 “발 빠른 아킬레우스”, “장밋빛 손가락의 새벽”처럼 같은 꾸밈말이 계속 반복된다. 외우기 쉽고 박자를 맞추기 쉽게 하려는 장치다.

전설 속 호메로스는 눈먼 떠돌이 시인이다. 하지만 정말 한 사람이었는지는 아무도 확실히 모른다. 오랫동안 여러 시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하던 노래를 누군가 정리한 것일 수도 있다.


트로이 전쟁은 왜 일어났나?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그리스 왕비 헬레네를 데려가자, 그리스 연합군이 트로이를 10년 동안 공격한 전쟁이다.

황금 사과 다툼: "가장 아름다운 여신은 누구?"
  →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아프로디테를 고름
  → 상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헬레네를 얻음
  → 그런데 헬레네는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였음
  → 메넬라오스의 형 아가멤논이 그리스 연합군을 모아 트로이로 출발
  → 10년 전쟁

이 시작 부분은 일리아스에 나오지 않는다. 일리아스는 전쟁 한가운데인 10년째의 약 50일만 보여준다. 그리스 신들에 대한 기본 정보는 세계 신화 입문에 있다.


그리스와 트로이는 어디에 있었나?

에게해라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쪽이 그리스, 동쪽이 트로이다. 그리스는 하나의 나라가 아니라 여러 작은 왕국의 연합이었고, 트로이는 하나의 성곽 도시이자 그 도시가 다스리는 작은 왕국이었다.

그리스: 나라가 아니라 여러 왕국의 연합

그때는 “그리스”라는 하나의 나라가 없었다. 미케네, 스파르타, 필로스, 이타카처럼 각자 왕이 있는 작은 왕국들이 따로 있었다. 각 왕국은 성 하나와 그 주변 땅을 다스리는 정도의 크기였다. 트로이 전쟁은 이 왕들이 잠시 힘을 합친 연합군의 원정이다. 가장 힘센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이 그래서 총대장이 된다.

호메로스도 이들을 “그리스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신 아카이아인, 다나오스인, 아르고스인이라고 부른다. 오늘날의 그리스라는 나라는 훨씬 뒤인 1830년에 오스만 제국에서 독립해 생겼다.

왕국위치이야기 속 왕
미케네그리스 남쪽 펠로폰네소스반도아가멤논 (연합군 총대장)
스파르타펠로폰네소스반도 남쪽메넬라오스 (헬레네의 남편)
필로스펠로폰네소스반도 서남쪽 해안네스토르 (가장 나이 많은 지혜로운 왕)
이타카그리스 서쪽 이오니아해의 작은 섬오디세우스
프티아그리스 중북부 테살리아 지방 (정확한 위치 모름)아킬레우스의 아버지 펠레우스

그리스 함대는 그리스 동쪽 해안의 아울리스에 모여 트로이로 떠났다. 아울리스에서 트로이까지는 직선으로 약 280km다.

트로이: 바닷길 길목의 성곽 도시

트로이는 오늘날 튀르키예 서북쪽 끝, 아시아 대륙 쪽 해안에 있던 도시다. 트로이는 그리스 이름이고, 일리온(Ilion)이라고도 불렀다. 그 도시와 주변 땅을 프리아모스 왕이 다스렸다. 그러니까 “나라”라기보다 도시 하나가 중심인 작은 왕국이다.

트로이는 다르다넬스 해협(옛 이름 헬레스폰토스) 입구 가까이에 있다. 이 해협은 에게해와 흑해를 잇는 좁은 바닷길이다. 그래서 트로이는 오가는 배와 무역을 지켜볼 수 있는 자리였고, 성벽이 튼튼하고 부유한 도시로 그려진다.

일리아스 속 트로이 사람들은 그리스 사람과 같은 신을 섬기고 같은 말로 대화한다. 하지만 이것은 이야기 속 설정이다. 실제 역사의 트로이 사람들은 아나톨리아(지금의 튀르키예 땅) 사람이었을 것으로 본다. 당시 그 지역의 큰 나라였던 히타이트 제국의 기록에 나오는 “윌루사(Wilusa)“가 트로이라고 보는 학자가 많다.

트로이는 진짜 있었나?

도시는 실제로 있었다. 하지만 일리아스의 전쟁이 그대로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1870년대 독일 사업가 하인리히 슐리만이 튀르키예의 히사를리크 언덕을 파서 트로이 유적을 찾아냈다. 이 언덕에는 아홉 개가 넘는 도시가 시대별로 층층이 겹쳐 있다. 그중 기원전 1200년 무렵 불에 타 무너진 층이 “전설 속 트로이”의 후보로 꼽힌다. 호메로스는 그보다 약 400~500년 뒤의 사람이므로, 전해 들은 오래된 이야기를 노래한 셈이다. 트로이 유적은 199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었다.

구분그리스 쪽트로이
정체여러 작은 왕국의 연합군하나의 성곽 도시와 주변 왕국
위치에게해 서쪽 (오늘날 그리스)에게해 동쪽 (오늘날 튀르키예 서북쪽)
대표아가멤논 (미케네 왕)프리아모스 왕
호메로스가 부른 이름아카이아인, 다나오스인, 아르고스인트로이인

일리아스: 아킬레우스의 분노

일리아스는 “분노”라는 단어로 시작한다. 분노가 사람을 얼마나 망가뜨리는지, 그리고 그 분노가 어떻게 풀리는지를 보여준다.

제목은 트로이의 다른 이름인 “일리온(Ilion)“에서 왔다. 그러니까 “트로이 이야기”라는 뜻이다.

줄거리

단계무슨 일이 일어나나
1. 다툼총대장 아가멤논이 아킬레우스가 전리품으로 얻은 여인 브리세이스를 빼앗는다. 자존심이 상한 아킬레우스는 “이제 안 싸워!” 하고 전쟁에서 빠진다.
2. 위기최강 전사가 빠지자 그리스군이 트로이 왕자 헥토르에게 계속 밀린다.
3. 비극아킬레우스의 단짝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빌려 입고 싸우러 나갔다가 헥토르에게 죽는다.
4. 복수슬픔과 분노에 빠진 아킬레우스가 돌아와 헥토르를 죽이고, 시신을 전차에 묶어 끌고 다닌다.
5. 화해헥토르의 늙은 아버지 프리아모스 왕이 밤에 몰래 찾아와, 아들의 시신을 돌려달라고 무릎 꿇고 빈다. 아킬레우스는 고향의 자기 아버지를 떠올리며 적과 함께 울고, 시신을 돌려준다.
6. 끝헥토르의 장례식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주요 인물

인물편한 줄 설명
아킬레우스그리스가장 강한 전사. 길고 평범한 삶 대신 짧고 영광스러운 삶을 고른 영웅.
아가멤논그리스총대장. 욕심 때문에 아킬레우스와 싸운다.
파트로클로스그리스아킬레우스의 가장 친한 친구.
오디세우스그리스꾀 많은 장수. 다음 작품의 주인공.
헥토르트로이트로이 최고의 전사. 좋은 아들,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
프리아모스트로이트로이의 늙은 왕. 헥토르의 아버지.
헬레네와 파리스트로이전쟁의 원인이 된 두 사람.

신들도 편을 나눠 싸움에 끼어든다. 아테나와 헤라는 그리스 편, 아프로디테와 아폴론은 트로이 편이다.

핵심 메시지

  • 분노는 적보다 내 편과 나 자신을 먼저 다치게 한다.
  • 아무리 강한 영웅도 결국 죽는다. 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의 영광이 소중하다.
  • 마지막 장면은 승리가 아니라 적과 함께 우는 장면이다. 적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아버지라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일리아스는 지금까지 위대한 작품으로 꼽힌다.

흔한 오해

오해사실
트로이 목마가 일리아스에 나온다.나오지 않는다. 목마는 오디세이아에서 짧게 언급되고, 자세한 장면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 나온다.
아킬레우스가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고 죽는 장면이 나온다.나오지 않는다. 그의 죽음은 예고만 되고, 이야기는 헥토르의 장례로 끝난다. 발뒤꿈치가 약점이었다는 이야기는 나중에 생긴 전설이다.

오디세이아: 오디세우스의 귀향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에서 이긴 오디세우스가 고향 섬 이타카로 돌아가는 데 10년이 걸린 이야기다. 힘보다 꾀와 참을성이 이긴다.

제목은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라는 뜻이다. 오디세우스의 로마식 이름은 율리시스(Ulysses)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목마 작전을 생각해 낸 사람이기도 하다.

왜 10년이나 걸렸나?

오디세우스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인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의 눈을 찔렀기 때문이다. 화가 난 포세이돈은 계속 바다에서 길을 막는다. 반대로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오디세우스를 끝까지 돕는다.

이야기 구조

오디세이아는 처음부터 차례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야기 중간에서 시작하고, 지나간 모험은 오디세우스가 직접 회상해서 들려준다.

1부 (1~4권)    아들 텔레마코스가 아버지 소식을 찾아 떠난다
2부 (5~12권)   오디세우스가 섬에서 풀려나 지난 모험을 들려준다
3부 (13~24권)  거지로 변장해 집에 돌아와 집을 되찾는다

유명한 모험

모험무슨 일이 일어나나오디세우스의 해결법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동굴에 갇혀 부하들이 잡아먹힌다.자기 이름을 “아무도 아니(Nobody)“라고 속인다. 눈을 찔린 거인이 “아무도 아니가 나를 공격했다!”라고 외치자 다른 거인들은 돕지 않는다. 양의 배에 매달려 탈출한다.
마녀 키르케부하들을 돼지로 바꿔버린다.신 헤르메스가 준 약초로 마법을 막고 부하들을 사람으로 되돌린다.
저승 방문집에 가는 길을 알아야 한다.죽은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에게 길을 묻는다. 죽은 어머니와 아킬레우스의 영혼도 만난다.
세이렌노래로 선원을 홀려 죽게 만드는 존재.부하들의 귀는 밀랍으로 막고, 자기는 돛대에 몸을 묶은 채 노래만 듣고 지나간다.
스킬라와 카립디스머리 여섯 달린 괴물과 거대한 소용돌이 사이를 지나야 한다.둘 다 피할 수 없어서, 배 전체가 가라앉는 것보다 부하 여섯을 잃는 쪽을 고른다.
태양신의 소먹으면 안 되는 소를 굶주린 부하들이 잡아먹는다.벌로 배가 부서지고 오디세우스 혼자 살아남는다.
요정 칼립소섬에 7년 동안 붙잡혀 있다.영원히 살게 해주겠다는 제안도 거절하고 집을 택한다. 결국 신들의 명령으로 풀려난다.

집에서 기다리던 사람들

인물한 줄 설명
페넬로페오디세우스의 아내. 20년을 기다린 지혜로운 사람.
텔레마코스아들. 아기였을 때 아버지가 떠났고, 이야기 속에서 어른으로 자란다.
구혼자들오디세우스가 죽었다며 궁에 눌러앉아 재산을 먹어치우고, 페넬로페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남자들.
아르고스오디세우스의 늙은 개. 거지 차림으로 돌아온 주인을 20년 만에 단번에 알아보고 숨을 거둔다.

결말

  • 페넬로페는 “시아버지의 수의를 다 짜면 결혼하겠다”고 말한 뒤, 낮에 짠 천을 밤에 몰래 풀어서 3년을 버틴다.
  • 거지로 변장한 오디세우스가 집에 돌아온다. 페넬로페가 “오디세우스의 활에 시위를 걸고, 줄 세운 도끼 12개의 구멍을 화살 하나로 꿰뚫는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하자, 아무도 못 하던 일을 오디세우스가 해낸다.
  • 오디세우스와 아들이 함께 구혼자들을 물리친다.
  • 마지막으로 페넬로페는 “침대 시험”을 한다. 침대를 옮기라고 하자, 오디세우스는 “그 침대는 땅에 뿌리박은 올리브나무 밑동으로 내가 직접 만들어서 옮길 수 없다”고 답한다. 둘만 아는 비밀이어서 진짜 남편임이 확인된다.

핵심 메시지

  • 진짜 영웅은 힘만 센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고 참고 기다리는 사람이다.
  • 집과 가족은 영원한 삶보다 소중하다.
  • 손님을 잘 대접하는 사람은 복을 받고, 손님을 해치거나 남의 집을 차지하는 사람은 벌을 받는다. 폴리페모스와 구혼자들이 모두 이 규칙을 어겼다.

두 작품은 어떻게 이어지나?

일리아스가 “영광스럽게 죽는 것”을 노래한다면, 오디세이아는 “살아서 돌아가는 것”을 노래한다.

오디세이아의 저승 장면에서 아킬레우스의 영혼은 이렇게 말한다. “죽은 자들의 왕이 되느니, 살아서 가난한 사람의 일꾼이 되겠다.” 일리아스에서 짧고 영광스러운 삶을 고른 영웅이 오디세이아에서는 살아 있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두 작품을 함께 읽으면 이 대비가 보인다.


오늘날 남아 있는 말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 중 상당수가 이 두 작품과 트로이 전쟁 이야기에서 왔다.

말원래 이야기오늘날 뜻
오디세이(odyssey)오디세우스의 10년 여정길고 험난한 여정
멘토(mentor)오디세우스의 친구 멘토르. 아테나가 그의 모습으로 텔레마코스를 이끈다.믿고 따를 수 있는 조언자
트로이 목마목마 안에 군인을 숨겨 트로이 성에 들어간 작전정상 프로그램인 척 숨어드는 악성 프로그램
아킬레스건아킬레우스의 유일한 약점인 발뒤꿈치 (후대 전설)치명적인 약점, 또는 발뒤꿈치 힘줄
사이렌(siren)노래로 선원을 홀리던 세이렌경보 장치. 스타벅스 로고의 인어도 세이렌이다.
페넬로페20년을 기다린 아내끈기 있게 기다리는 사람의 상징

작품을 볼 때 활용하는 법

  1. 주인공이 자존심이나 분노 때문에 큰 손해를 보는가? → 일리아스형
  2. 주인공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고 험한 여정을 떠나는가? → 오디세이아형
  3. 힘이 아니라 꾀로 위기를 넘기는가? → 오디세우스형 주인공
  4. 변장한 주인공이 돌아와 정체를 밝히는가? → 오디세이아의 결말 구조

예를 들어 영화 『트로이』(2004)는 일리아스를, 영화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2000)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2026)는 오디세이아를 바탕으로 한다.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도 오디세이아의 구조를 빌렸다.


아주 짧은 암기

  • 호메로스: 약 2,800년 전 그리스 시인. 두 작품은 서양 문학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로 꼽힌다.
  • 그리스 = 에게해 서쪽의 여러 작은 왕국 연합, 트로이 = 에게해 건너 오늘날 튀르키예 서북쪽의 성곽 도시.
  • 일리아스 = 트로이 전쟁 + 아킬레우스의 분노. 헥토르의 장례로 끝난다.
  • 오디세이아 = 오디세우스의 10년 귀향. 꾀로 이기고 가족을 되찾는다.
  • 트로이 목마와 아킬레스건 이야기는 일리아스에 나오지 않는다.
  • 일리아스는 “영광스러운 죽음”, 오디세이아는 “살아서 돌아가기”.
  • 오디세이, 멘토, 트로이 목마, 아킬레스건이 여기서 나온 말이다.